📌 오늘은 짤막작법에서는 《시학》을 읽어보려 합니다!

1. 플롯

플롯을 공부할 때 항상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시작합니다. 시학이 어쩌구, 처음과 중간과 끝이 어쩌구, 이제는 다 외울 정도입니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막상 《시학》에서 ‘플롯’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습니다. 책을 읽어보면 번역은 ‘플롯’으로 되어 있으나, 주석에는 ‘뮈토스’를 ‘플롯’으로 번역했다고 나옵니다.

뮈토스(Mythos)는 옛 그리스어로 이야기, 신화, 서사를 뜻합니다. 《시학》에서는

• 구조화된 이야기 (➡️ 플롯),

• 이야기 자체 (➡️ 스토리),

• 이야기의 목적, 또는 그것을 통해 하려는 말까지 포함해서 쓰이기도 합니다.

📍 그래서 ‘뮈토스’를 플롯의 상위 개념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 재미있는 건,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롯 중심주의자였다는 점입니다. 그는 말합니다:

“뮈토스는 비극의 첫 번째 원칙이며, 말하자면 비극의 영혼이다. 캐릭터는 두 번째 위치를 차지한다.”

꽤 강경한 어조인데요, 쉽게 말하면 “재미있는 이야기에는 반드시 법칙이 있다”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그 법칙은 우리가 흔히 아는 “시작, 중간, 끝”인데요, 《시학》을 실제로 읽어보면 우리가 아는 구조와는 조금 결이 다릅니다.

“뮈토스는 단순한 사건의 연속인 이야기와 동일하지 않다. 그것은 시작, 중간, 끝을 가진 하나의 전체이다.”

이 문장은 ‘이야기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는 맥락에서 읽어야 맞습니다.🔁

📝 책에는 이런 문장도 있습니다:

“비극은 일정한 규모를 가진 행동을 모방한 것이다. 이는 언어를 통해 행동의 형태로 이루어지며, 서술이 아니라 연민과 두려움을 통해 감정의 정화를 가져온다.”

📌 다시 말하면, 이야기는 실제 삶을 모방한 ‘행동’들, 즉 우리가 말하는 ‘극’으로 이루어지고,
📌 관객이 그것을 통해 ‘감정적인 반응’을 일으켜야 한다는 것.

결국 아리스토텔레스는 요즘 말로 하자면, “인과관계가 분명한 이야기로, 사람을 울려라! 혹은 웃겨라!” 라고 한 셈이죠. 😭😂

👉 저는 플롯에서 ‘인과 관계’와 ‘감정적 반응’ 이 두 가지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 인과관계와 감정적 반응

플롯을 얘기할 때 거의 두 번째로 나오는 예가 있죠. 이젠 외우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왕이 죽었다. 왕비가 죽었다.”
“왕이 죽었다. 그 슬픔에 왕비가 죽었다.”

위는 스토리, 아래는 플롯. 영국 소설가 E. M. 포스터가 정리한 예시입니다. 포스터는

• 스토리를 단순한 시간적 나열,

• 플롯은 인과관계로 엮인 사건들로 정의했죠.

스토리가 무엇이 일어났는가를 말한다면, 플롯은 왜 그렇게 되었는가를 말합니다.

🧠 포스터는 플롯의 이러한 인과관계가 독자의 감정적 반응을 유도한다고 했는데, 이걸 대본으로 옮긴다면 가장 중요한 장면은 왕비가 슬퍼하는 장면일 겁니다. (노래도 깔리고요… 🎼😢)

💡 그럼, 여기서 한 걸음 더 가봅시다.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요?

“왕비가 죽었다. 그 슬픔에 왕이 죽었다.”

👀 보통의 왕들이 슬퍼서 죽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이 문장들은 전보다 살짝 이상하면서도 흥미로워집니다. 🎯 도대체 이 왕과 왕비 사이엔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걸까? 어떻게 결혼하게 되었지? 뭔가 더 궁금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저는 왕이 죽고 그 슬픔에 왕비가 죽는 이야기보다, 왕비가 죽고 왕이 슬퍼서 죽는 이야기가 더 흥미롭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행동을 하지 않을 것 같던,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인물이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행동하는 것이 재미있으니까요.

그 행동 - 이전까지와는 다른 발걸음이 바로 아리스토텔레스가 이야기한 '반전'입니다.

3. 아리스토텔레스의 반전 Peripeteia

아리스토텔레스는 반전(Peripeteia)을 플롯의 핵심 요소 중 하나로 봤습니다. 한국말로는 똑같이 '반전'이지만, 우리가 흔히 아는 Plot twist와는 다른 의미입니다.

Plot twist는 관객에게 충격을 주기 위한 ‘서프라이즈’에 가깝다면, 아리스토텔레스의 ‘반전’은 “사건들의 자연스러운 인과관계를 따라가다가, 필연적으로 벌어지는 방향 전환”입니다. 🔄

《시학》에는 이렇게 설명돼 있습니다:

“반전을 다시 설명하자면, 어떤 사건을 통해 자신이 습관적으로 가던 길에서부터 이탈하여 주위의 다른 길로 자신을 밀어 넣는 행위다. 여기서 어떤 사건이란 사람에 따라서는 반전을 일으키지 않을 수도 있다. 반전은 비극을 보는 관객들을 공포와 연민의 감정에 휩싸이게 만들고 실제로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반전은 관객의 관심과 재미를 자극하고 유지하게 만든다."

💥 구구절절 옳은 말인데, 저는 이 문단에서 유독 한 문장에 눈이 갔습니다.

‘여기서 어떤 사건이란 사람에 따라서는 반전을 일으키지 않을 수도 있다.’

📍 저는 이 문장이 ‘캐릭터’를 정의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다른 사람이라면 가지 않았을 길로 가는 누군가, 가 바로 캐릭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