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후배 작가님들 ✍️

창밖으로 비가 쏟아집니다. 
엠사 공모전이 닷새 남았네요. 커피, 몇 잔째 드시고 계신가요? ☕
대본은 손댈 곳이 넘쳐나고, 심장은 자꾸 불안으로 덜컥거리는데,
그럼에도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후배 작가님을 저는 감히 이렇게 부르고 싶습니다.

히어로는 아니고, 안티히어로.

이번 주는 바로 그 이야기입니다.

결핍 많고, 딱히 정의롭진 않지만, 끝까지 버티는 주인공.
영화 <베놈>처럼 뭔가 어색해도 존재감은 확실한 캐릭터.
그게 바로 지금의 우리, 작가들의 모습 아닐까요?

벌써 열 번째 편지! 오늘은 이런 내용을 담았습니다!

✨ 짤막한 작법 '안티히어로' – 착한 주인공이 지루하다면? 갈등을 만드는 캐릭터를 설계하자.
🎞 대본 분석 <베놈> - 영화는 는 엉망이어도 캐릭터만 살아 있으면 관객은 반응한다
🏆 공모전 동향 – 엠사 공모전, 이제 단 5일 남았습니다! 막판 체크리스트!

그럼, 오늘은 조금은 덜 착하게, 하지만 끝까지 치열하게!
뉴스레터 시작합니다 🚀🎬

✨ 짤막한 작법 – 안티히어로! 착하지 않아도 괜찮아!

드라마나 영화의 주인공은 오랫동안 착하고 정의롭고 성실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기본값이었습니다. 정의로운 동기, 명확한 목표, 흔들림 없는 성격. 쓰는 사람 입장에서도 마음이 편하고, 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감정 이입이 쉽죠. 하지만 그만큼 이야기의 긴장감이나 서사의 밀도는 떨어질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너무 착하니까요. 너무 예측 가능하니까요. 너무 안전하니까요. 😅

물론 착한 캐릭터가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그 ‘착함’이 캐릭터를 지루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극 중에서 보고 싶은 건, 정답지처럼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입니다. 때로는 비겁하고, 때로는 과감하게, 때로는 한심할 만큼 욕망에 충실한 인물.

그런 사람일수록 우리는 이상하게 더 집중하게 되고, 그 사람의 다음 행동이 궁금해집니다. 그래서 등장한 개념이 바로 안티히어로입니다.

📌 너무 착한 주인공의 단점

1. 그저 도덕적이다 – 옳은 말만 하고, 나쁜 짓은 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잘합니다.
   → 시청자 입장에선 지루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슬쩍 채널을 돌리게 되지요.
2. 예측 가능하다 – 딱 보면, 다음에 무슨 선택을 할지 너무 뻔하지요.
   → 플롯의 긴장감이 떨어지고, 인물 자체가 흥미를 잃게 됩니다.
3. 갈등을 만들지 못한다 – 내면의 갈등이 부족하거나, 갈등을 빠르게, '선하게' 해결합니다.
   → 극적인 전개가 어렵고, 주변 인물들이 더 입체적으로 보일 때가 생겨요.

착한 캐릭터는 호감은 받을 수 있지만, 이야기의 중심을 끝까지 지탱하기는 어렵습니다. 사람들은 때때로, 이야기는 결핍이 있고, 선하지 않지만 강렬한 인물을 원합니다.

🎭 그래서 안티히어로!

안티히어로는 정의롭지 않고, 도덕적으로 회색지대에 있는 인물입니다. 목표는 있지만 수단은 깨끗하지 않고, 옳은 일을 해도 동기는 이기적일 수 있어요. “이게 과연 주인공 맞아?” 싶은 순간이 있지만, 막상 이 인물이 아니면 안 되는 이야기가 만들어집니다.

안티히어로는 때때로 가장 무모한 결정을 하고, 때때로 누구보다 인간적입니다. 관객은 그들의 잘못된 선택에 비난을 하면서도, 그 안의 상처와 결핍에 눈길을 주게 됩니다. 그들은 쉽게 사랑받지 못하지만,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 지금 왜 안티히어로인가?

요즘 관객들은 “너무 착한 이야기”를 조금은 경계합니다. 모두가 도덕적으로 완성된 세계보다는, 상처받고 엇나가고, 때로는 비겁한 인물들이 어떻게 다시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가에 더 깊이 반응합니다. 정당한 수단보다는 목적을 위해 폭주하는 '사이다'를 바라기도 하지요.

안티히어로는 오늘날의 ‘불확실한 세상’을 반영하는 주인공입니다. 쉽게 결단하지 않고, 정답을 몰라서 망설이며, 누구보다 치열하게 자기 욕망과 싸우는 사람. 즉, 안티히어로는 시대와 함께 진화하는 주인공입니다. 작법을 넘어, 지금이라는 시간과 더 잘 맞는 서사의 중심축이기도 합니다.

🛠️ 안티히어로, 이렇게 만들어보자!

1. 동정은 없어도, 공감은 있어야 한다!
   → 나쁜 짓을 해도, "이 상황이라면 나라도 저랬을 것 같아..." 라는 감정이 들어야 해요.
   → 즉, 비난은 하되 이해는 가능해야 합니다.
2. 선과 악이 아니라, 욕망과 결핍으로 접근하자!
   → 이 인물은 무엇이 부족해서 이렇게 행동하는가? 왜 이런 방식밖에 선택할 수 없는가?
3. 인물이 ‘선택’을 주도해야 한다!
   → 자꾸 휘둘리는 인물은 안티히어로가 아니라 그냥 혼란한 사람입니다. 자기 방식으로 돌진하는 능동성이 필요합니다.

안티히어로는 이야기를 복잡하게 만듭니다. 결정도 어렵고, 응원도 어렵고, 감정이입도 쉽지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가 살아납니다.

• 서사 밀도와 갈등을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요,
• 예측 불가능한 전개를 관객은 더 좋아합니다!
• 도덕적 딜레마를 중심에 둘 수 있어, 성숙한 주제의식을 담기에도 좋습니다!

착한 사람의 갈등은 제한적입니다. 하지만 결핍이 있는 사람, 자기 욕망에 충실한 사람은 더 다양한 전환과 사건을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이야기란 결국, 주인공이 틀리고 후회하고, 때때로 망가지는 걸 보며 함께 아파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

⚠️ 하지만 유의할 점이 있습니다.

• 관객이 너무 멀어지면 안 됩니다.
  → 공감이 중요합니다. ‘비호감 캐릭터’가 되지 않으려면, 그 동기와 욕망이 확실해야 하고, 결핍 역시 설득력 있어야 해요.
• 자극에 기대지 말기!
  → 반사회적 행동이나 자극적인 언행만으로는 안티히어로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의 설계가 먼저입니다.

안티히어로는 주인공의 또 다른 얼굴입니다. 현실 속 인간처럼 더럽고, 복잡하고, 이해하기 힘들지만... 그런 인물일수록, 이야기는 훨씬 더 오래, 그리고 깊게 남습니다.

🎞 대본 분석 – <베놈>: 안티히어로의 교과서적인 예외 🕷️🍔

<베놈>은 대본만 따지면 여러모로 허술한 구석이 많은 영화입니다. '허술하다'라는 말은 사실 많이 쳐준 것이고, 가끔은 실소가 나올 정도로 대본의 완성도가 떨어집니다.

전개는 평면적이고, 대사도 지나치게 직접적이며, 캐릭터 간 관계 역시 간단하게 흘러갑니다. 감정 변화의 개연성도 부족하고, 캐릭터의 변화 역시 갑작스럽습니다. 그런데도 이 영화는 월드와이드 흥행에 성공했고, 심지어 속편까지 나왔지요. 관객이 베놈이라는 캐릭터에 확실히 반응했다는 뜻입니다. 왜일까요?

베놈은 안티히어로의 대중적 성공 사례입니다. 😈 우리가 짤막작법에서 이야기했던 안티히어로의 핵심 조건들을 하나씩 점검해보면, 이 캐릭터가 왜 설득력을 가졌는지 알 수 있습니다.

우선 그는 정의롭지 않지만, 나름의 도덕 기준을 가진 인물입니다. (말은 험하게 하지만) 무고한 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해치지도 않고, 복수를 위해 파괴를 일삼지도 않습니다. 그는 잔인하게 폭주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지만, 스스로 점점 자신의 힘을 조절하려고 노력합니다. 💥 이는 그가 선해서가 아니라, 인간인 에디와 연결되면서 점점 다른 가치를 알아가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베놈은 공감 가능한 결핍을 갖고 있습니다.

“On my planet, I am kind of a loser. Like you!”

이 대사는 안티히어로라는 틀 안에서 영화 <베놈>의 가장 중요한 대사 중 하나입니다. 이 한 마디로, 관객은 베놈이 단순한 괴물이 아니라, 소속감과 인정 욕구를 지닌 존재임을 알게 됩니다. 폭력이 아니라 외로움에서 출발한 캐릭터의 내면은, 관객의 마음을 자극합니다. 🥺

세 번째, 베놈은 능동적인 선택을 통해 변화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에디에게 기생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에디와 협업하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위기에 개입하고, 최종적으로는 인간과의 공존을 선택합니다. 이런 결말은 단순히 “선해졌다”가 아니라, 욕망의 방식이 달라졌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물론 베놈은 선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가 품은 결핍, 그리고 그것을 메우기 위해 인간과 엉뚱하게 협업하는 태도는 관객의 공감을 자극합니다. 이것이 바로 요즘 안티히어로가 작동하는 방식입니다.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응원하고, 잘못을 저질러도 진심이 느껴지기 때문에 용서할 수 있는 인물.

<베놈>은 이야기 측면에서 정교한 작품은 아니지만, “관객이 요즘 어떤 주인공을 원하는가”를 정확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복잡하고, 비틀렸고, 조금은 어설프지만... 그래서 더 사람 같은 괴물입니다. 👽💔

안티히어로는 대사를 잘 못 쳐도 괜찮습니다. 플롯이 좀 엉망이어도 넘어갈 수 있습니다. 캐릭터가 살아 있으면, 대본이 부족해도 이야기는 살아남습니다. 왜냐면 안티히어로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이야기할 가치가 있는 사람”이니까요. 😏

🏁 공모전 동향 – 마감 D-5! 최후의 수정 전략! ✍️🔥

엠사 공모전 마감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전체를 갈아엎기엔 너무 늦었고, 아무것도 안 하기엔 아쉬운 시간. 오늘은 다른 공모전 소식은 일단 밀어두고, 시간 대비 가장 효율적인 수정법만 정리해드립니다.

🧠 하나, 심사위원의 눈으로 다시 보기

우리의 심사위원님들 께서는 하루에도 수십 개의 대본을 읽으셔야 합니다. 피곤하시고, 지치셨고, 사실... 조금 짜증이 나신 상태일 수 있어요. 😵‍💫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것’이 아니라, ‘무슨 내용인지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먼저입니다.

• 공모전 대본은 약간 과장을 섞어 말하면, 가독성이 전부입니다. 내용이 빽빽한 대본보다, 여백 있는 대본이 눈에 더 잘 들어옵니다. 내용과 문장을 정리해주세요.
• 기획안도 마찬가지입니다. 심사위원 입장에서 기획안은 '해답지'입니다. 문제집을 풀다가 살짝 모르겠으면 몰래 해답지를 들춰보신 경험, 다들 있으시지요?
• 기획안을 이 대본이 무슨 이야기인지 요약본을 보여준다는 느낌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너무 잘 쓰려고 하지 마시고, 제목, 로그라인, 간단한 줄거리, 등장인물 소개까지 “이 작품의 핵심은 무엇인가?”를 빨리 파악할 수 있게 써야 합니다.

즉, 내용보다, ‘이해’가 먼저입니다. 설명은 적어도, 정보는 명확하게! 심사위원에게 대본의 해답지를 제공하는 기획안을 만드는 것, 시간대비 효율이 가장 높은 작업 중 하나입니다.

✂️ 둘, 1부 초반은 ‘정리의 구간’입니다

심사위원들에게 공모전 대본 1부 초반의 너댓 페이지는 “이 대본을 끝까지 읽어야 할지 말지”를 경정하게 만드는 구간입니다. 그러니, 초반 3~5페이지를 쓸 때는 ‘무엇을 더 보여줄까?’가 아니라, ‘무엇을 빼서 더 잘 보이게 만들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 초반부에 ‘궁금증’이 없으면, 다음 장면을 넘길 이유도 사라집니다.
• 초반부에 ‘몰입감’이 없으면, 아무리 뒤에 잘 써도 평가까지 닿지 않습니다.

심사위원은 하루 수십 편의 대본을, 가장 피곤한 시간대에 읽고 있습니다. 운이 좋지 않다면 후배 작가님의 대본이 수십 편 중 마지막 대본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미 심사위원의 머릿속엔 등장인물이 백 명쯤, 세계관이 삼십 개쯤 뒤섞여 있겠지요.

그런 상황에서 초반 서너 페이지에 인물 다섯 명이 우르르 등장하고, 배경 설명만 세 페이지가 이어지고... 이런 상태라면,  심사위원 입장에서 이 초반을 넘기기 쉽지 않습니다. 🙇‍♀️

1부 앞부분을 읽으시며 자문해보세요:

• 이 장면이 없어도 이야기 전개에 문제는 없는가?
• 이 인물이 꼭 지금 등장해야만 하는가?
• 이 대사가 ‘정보’인가, ‘방해’인가?

필요하면 1부 초반 - 오프닝을 포함한 부분들을 통째로 덜어내는 것도 방법입니다. 중간에서 시작하라In medias res는 말은 지금처럼 시간이 없을 때 수정 요령으로 특히 유효합니다. 심사위원에게 “이야기가 벌써 시작됐다”는 인상을 주는 것만으로도, 후배 작가님이 쓰신 대본이 살아남을 확률이 조금 더 높아집니다. 💡

📝 셋, 제목과 로그라인, 기획안 – ‘읽히기 전’을 설계하자!

마감 직전, 대본은 못 바꿔도 첫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실제로 대본을 읽기 전에 이미 기획안에서 마음이 정해지는 경우도 많거든요.

📌 제목이 의외로 중요합니다. 몇 글자 안 돼서 수정도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 제목은 대본을 ‘읽기 전’, 그 대본을 판단하는 첫 번째 요소입니다.
• 궁금증을 유발하고, 갈등이 보이고, 장르가 암시되어야 합니다.
• 마냥 멋진 제목보다는, 어느 정도 내용이 포함된 제목이 좋습니다.

📌 로그라인은 ‘충돌의 문장’입니다.

• ‘누가(결핍을 가진 인물)’, ‘무엇을 하려는데’, ‘무엇이 방해하는가?’
• 기획이 별로인데 좋은 로그라인을 뽑는 건 불가능합니다. 무리하지 마시고, 현재의 기획을 가장 잘 드러내는 로그라인을 뽑는데 노력을 다하세요.
• 완벽한 로그라인보다는, 한 줄 해답지를 작성한다, 는 느낌으로 접근하세요.

📌 기획안은 해답지처럼 써야 합니다.

• 기획안을 먼저 읽는 심사위원도 있고, 대본을 읽다 헷갈리면 기획안을 들춰보는 심사위원도 있습니다.
• 최대한 쉽게 1,2부의 줄거리와 등장인물을 설명해야 합니다. 자세하게 설명 대신, 쉽고 중요한 내용이 한 눈에 들어올 수 있게 써야 합니다.

기획안은 ‘잘 보이기’ 위한 서류가 아니라, 심사위원이 대본을 더 잘 읽게 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최대한 필요없는 문장과 중요하지 않은 정보를 덜어내세요. 대본 수정보다는 시간이 덜 드는 작업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충분히, 충분히 손볼 수 있습니다. ✍️

✅ 최종 요약

• 심사위원의 피로감을 이해하고 가독성 중심으로 수정!
• 1부 초반은 과감하게 ‘덜어내는 전략’을 택하자!
• 기획안, 제목, 로그라인은 지금부터라도 다듬을 수 있다!

지금 수정한다고 결과가 바뀔까 싶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우린 아직 마감 ‘전’이니까요. 끝까지 대본을 붙들고 계실 후배 작가님, 이번 공모전, 꼭 살아남읍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