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매주 천천히, 그러나 단단하게 이야기를 쌓아가시고 계신 후배 작가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나요?

오늘부터는 새로운 시리즈를 시작하려 합니다.
바로 '장르'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장르는 마치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안경' 같습니다. 👓
어떤 안경을 쓰고 보느냐에 따라 같은 사건도 전혀 다른 느낌으로 보입니다.
로맨스 안경을 쓰면 설렘이 보이고, 스릴러 안경을 쓰면 위험이 보이고...
이 안경들을 하나씩 살펴보고, 필요한 순간 꺼내 쓸 수 있도록, 앞으로 몇 주간 함께 장르에 대해 정리해보려 합니다.

그럼, 오늘도 차근차근 시작해볼까요? 🌱

💘 짤막작법 2: 로맨틱 코미디

오늘 첫 번째로 다룰 장르는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로맨틱 코미디, 줄여서 '로코'는 사랑이라는 본능적인 감정과 웃음이라는 긍정적인 감정을 결합한 장르입니다. 🎈 다른 장르와의 결합도 간단한, 한드의 기본 공식이기도 하지요!

먼저, 로맨틱 코미디의 기원과 발전부터 살펴볼까요?

로맨틱 코미디는 고대 그리스의 희극과 중세의 로맨스, 18세기 복원기 희극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희극들, 예를 들어 <한여름 밤의 꿈>이나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사랑과 오해, 그리고 유쾌한 결말을 특징으로 하는 로맨틱 코미디의 초기 형태를 보여줍니다 .

🎭 여기서 잠깐, 복원기 희극은 또 뭘까요?

복원기 희극은 상류층 사회의 허위성과 위선을 풍자하는 데 중점을 둔 장르입니다. 이 시기의 희극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집니다:

• 재치 있는 대화와 언어유희: 빠른 템포의 대사와 기지 넘치는 대화가 중심이 되어, 관객의 지적 유희를 자극합니다. 
• 사회적 풍자: 결혼, 성 역할, 계급 등 당시 상류층의 사회적 관습과 도덕성을 풍자합니다. 
• 전형적인 캐릭터: 허세 가득한 '멋쟁이', 방탕한 '난봉꾼', 교활한 하인 등 고정된 유형의 인물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 복잡한 플롯과 오해: 오해와 위장, 변장 등을 통한 복잡한 이야기 전개가 특징입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관객에게 웃음을 제공하는 동시에, 당시 사회의 모순과 위선을 비판하는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복원기 희극은 현대의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로맨틱 코미디에 계승되었습니다:

• 사회적 장벽을 넘는 사랑: 계급이나 신분의 차이를 극복하는 사랑 이야기가 중심이 됩니다. 
• 재치 있는 대화: 주인공 간의 기지 넘치는 대화와 언어유희가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 오해와 갈등: 오해로 인한 갈등과 그로 인한 웃음이 이야기의 전개를 이끕니다. 
• 해피엔딩: 결국 사랑이 이루어지는 긍정적인 결말로 마무리됩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현대의 로맨틱 코미디에서도 자주 사용되며, 관객에게 친숙함과 동시에 새로운 변주를 제공하는 데 기여합니다.

🌎 영화 산업의 발전과 함께, 로맨틱 코미디는 다양한 형태로 진화했습니다.

1930년대에는 '스크루볼 코미디'가 등장하여 빠른 대사와 성별 역할의 전복을 특징으로 했습니다. 1950~60년대에는 '조금 더 대담한 연애담을 다룬 코미디'가 유행하며, 사람들의 연애관과 사회적 관습을 유쾌하게 비틀었습니다.1970년대에는 <애니 홀>과 같은 작품이 등장하여 사랑의 복잡성과 개인의 성장을 탐구했습니다 .

🌸 로코의 전형적 컨벤션

• 두 사람: 다른 성격, 다른 세계를 가진 두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보통은 '처음에는 안 맞는다'가 기본 설정입니다.
• 만남의 사건: 두 사람은 우연 혹은 필연으로 엮입니다.
• 오해와 갈등: 이렇게 만난 둘은 작은 거짓말, 잘못된 판단 등으로 사이가 꼬이게 되구요.
• 조력자 캐릭터: 친구, 가족, 동료가 등장하여 두 주인공을 지지하거나, 방해합니다.
• 성장: 사랑을 통해 두 주인공은 모두 '내면의 약점'을 극복합니다.
• 해피엔딩: 갈등을 풀고 결국 서로의 진심을 깨닫습니다.

하지만 아까도 이야기했지요? 컨벤션을 그냥 복붙하면 이도저도 아닌 이야기가 되어버린답니다. 이야기의 생명은 변주에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어떻게 로코의 컨벤션을 비틀 수 있을까요?

• 주인공의 조합을 기존과 다르게 구성해보는 건 어떨까요? 국적의 차이, 성별의 전복 등 특별한 조건을 만들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만남의 사건을 신선하게 만들어 보는 것도 한 방법인 것 같습니다. 우연한 만남이나 평범한 소개팅 대신 이상한 계약에 의한 만남 등 최대한 아이디어를 내봐야합니다.
• 갈등을 단순 오해가 아닌, '각자의 가치관 충돌'로 심화시킬 것! 단순한 사건으로 서로 오해하는 건 이제 식상합니다!
• 마지막 화해의 장면을 억지 해피엔딩이 아니라, '성장으로 인한 진정한 화해'로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로코는 쉽고 가벼워 보여도, 정말 잘 쓰려면 가장 높은 섬세함을 요구하는 장르인 것 같습니다. 하긴, 글쓰기에 쉬운 게 어디 있을까요. 🌱

🎬 대본 분석: 노팅 힐 Notting Hill

<노팅 힐>은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특히 "I'm also just a girl, standing in front of a boy, asking him to love her." 장면은 로코의 컨벤션을 아름답게 활용하면서도, 약간의 파격을 더한 훌륭한 장면인 것 같습니다.

윌리엄은 평범한 서점 주인, 안나는 세계적인 영화배우입니다. 안나가 윌리엄의 서점에 다시 찾아와, 조심스럽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합니다. 하지만 윌리엄은 현실적 격차 때문에 주저하며 거절합니다.

✍️ 분석 포인트

• 전형적 컨벤션: 두 사람은 신분 차이(세계적 스타 vs 평범한 소시민)라는 로코의 전형적인 '장벽'을 가집니다.
• 변주: 사랑 고백의 주체가 '여성'입니다. 이전까지의 로코에서는 남성이 주로 먼저 고백을 했지만, 이 장면은 그 역할을 뒤집었습니다.
• 감정선 설계: 부드럽고 서툴지만 진심 어린 고백이 관객의 가슴을 울립니다. 특히 안나의 눈빛과, 윌리엄의 복잡한 표정이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 성장: 이후 윌리엄은 자신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안나를 찾아가 사랑을 선택합니다. 두 사람 모두 '내면의 장벽'을 넘어서는 성장을 보여줍니다.

이 장면은 로맨틱 코미디 컨벤션을 존중하되, 주도권을 바꿔 새로운 긴장과 울림을 만들어낸 사례입니다. 🎉

영화를 마무리짓는 핵심 장면은, 윌리엄이 안나를 다시 붙잡기 위해 기자회견장에 뛰어들면서 벌어집니다. 다른 기자들이 통상적인 질문을 하는 와중에, 윌리엄은 조심스럽지만 진심어린 질문을 던집니다:

✍️ 분석 포인트

• 전형적 컨벤션: 사랑을 얻기 위해 주인공이 마지막 순간, 대중 앞에서 용기를 내는 전형적인 로코 클라이맥스
• 파격적 변주: 보통의 사랑은 고백을 통해 이루어지지만, 여기서는 안나와 윌리엄이 서로만이 알 수 있는 암호 같은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으면서 조심스럽게 감정을 확인합니다.
• 감정선 설계: 대규모 공개 석상이라는 긴장된 환경 속에서, 작은 대화 하나로 거대한 감정의 터닝포인트를 만들어냅니다.

개봉한지 이십 년도 훌쩍 넘은 영화지만, 기존의 로맨틱 코미디를 살짝씩 비튼 지점과 워킹 타이틀 특유의 위트는 지금 다시 봐도 정말 세련된 것 같습니다.

좋은 이야기의 유효기간은 안나의 말처럼 “Indefinitely.” 인 것 같습니다. 🎉

🍀 이번 주는 로맨틱 코미디로 가볍게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스릴러, 판타지, 휴먼 드라마까지 여러 장르를 천천히 다룰 예정입니다.

'장르를 이해하는 힘'이 곧 '자유롭게 쓰는 힘'이 된다는 것,

오늘의 편지를 쓰면서 저도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게 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