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짤막한 작법 – 보여주는 글쓰기

첫 편지인 만큼,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을 다루기로 했어요. 바로 '보여주는 글쓰기'입니다.

그림을 그리듯 대본을 써라, 라는 말 들어보셨지요? 저는 처음에는 이 말이 참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그림을 그리라고? 열심히 묘사를 하라는 말인가?
드라마 대본과 여타 다른 문학 작품들 - 소설, 에세이 등이 가장 다른 부분, 그래서 대본을 대본답게 만들어주는 가장 본질적인 특징은 바로 '시각적 글쓰기'입니다.

✏️ 대본은 글이 아닙니다. 영상의 첫 번째 버전입니다.

드라마 대본은 아름다운 문장의 소설이 아니라, 시각적인 경험을 구성하는 설계도에 가깝습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모든 장면을 '그리듯 묘사'하실 필요는 없어요. 몇 가지 중요한 요소만 잘 챙기시면 됩니다!

🖌️ 장면은 시각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챙겨여할 요소는 미장센, 리듬, 카메라 앵글, 공간 활용 등입니다. 예를 들어 살펴볼까요? '엄마를 그리워하는 영희'의 감정을 묘사하는 장면을 한 번 써보도록 하지요!

📌 잘못된 예 – 설명하는 글쓰기

INT. 영희의 방 - 낮

책상에 앉아 생각에 잠긴 영희, 오늘따라 엄마가 그립다.

영희, 책상 위에 사진첩 속 엄마를 가만히 보는 모습에서,

☹️ 내용 전달은 되지만, 생생한 감정이 전달되지 못합니다. 그럼 대신 이렇게 써보면 어떨까요?

📌 올바른 예 – 보여주는 글쓰기

EXT. 골목길 – 저녁
영희, 낡은 자전거를 끌어본다. 바람이 불어 영희의 머리카락이 흔들린다.
FLASHBACK – 영희의 어린 시절.
어린 영희가 엄마의 자전거 뒷좌석에 앉아 있다. 자전거를 몰던 엄마, 뒤를 돌아보면, 엄마의 시점으로 어린 영희, 두 팔을 벌리고 바람을 맞으며 웃는 모습이 보인다. 모녀가 그렇게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천천히 보이며,

😀 엄마를 그리워하는 영희의 감정이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이해가 좀 되실까요? 묘사가 아니라, 아래 요소들을 챙기는 것이 시각적 글쓰기의 핵심입니다!

📌 공간 - 장면의 목적에 알맞은 배경 (골목길)

📌 미장센 – 분위기를 시각적으로 표현 (노을, 낡은 자전거)

📌 카메라 앵글 – 감정 강조 (엄마의 시점으로 영희의 행복한 감정을 강조)
📌 리듬 – 중요한 순간을 강조 (슬로우 모션으로 추억 표현)

📣 항상 장면에 어울리는 공간과 마장센, 앵글과 리듬을 고민하세요! 대본은 이런 시각적 요소들을 활용하시면 '보여주는 글쓰기'가 좀 더 수월해지실 거예요!

2. 🎭 대본 분석 – ‘쉰들러 리스트’의 붉은 코트 소녀

아래는 아카데미 각색상을 수상한 쉰들러 리스트의 유명한 붉은 코트 소녀 장면입니다. 쉰들러가 인간의 도덕성과 책임을 일깨우는 순간을 묘사하고 있어요.

>>빨간 코트 소녀 장면 보러가기<<

🔹 장면 개요

• 쉰들러는 유대인 학살이 벌어지는 거리에서 붉은 코트를 입은 한 소녀를 발견합니다.
• 영화 전체가 흑백으로 촬영되었지만, 이 소녀만 유일하게 색을 갖고 있답니다.
• 쉰들러는 소녀가 도망치는 모습을 바라보고, 이후 그녀가 시신 더미 위에 놓인 장면을 보게 됩니다.
• 이 장면은 이후 쉰들러의 심경에 강한 변화를 일으키는 계기가 돼요.

🎬 대본 분석: 위 대본의 시각적 요소는 무엇일까요?

1️⃣ 미장센
📌 배경: 폐허가 된 거리, 불타는 건물, 절망적인 분위기
📌 색감: 흑백 대비 속의 ‘붉은색’ – 희생자의 순수함을 강조
📌 인물: 총을 든 SS 군인들, 길거리에서 쓰러지는 사람들

2️⃣ 카메라 앵글
📌 대본에서부터 쉰들러의 시점샷을 이용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멀리서 현장을 보게 함으로써, 시청자들로 하여금 더 생생한 느낌을 줄 수 있어요!

3️⃣ 리듬
🚀 대본에서부터 점점 씬들이 짧아지고, 리듬이 빨라집니다. 긴장감이 극대화되며, 이런 리듬은 쉰들러의 감정을 반영합니다.

붉은 코트 소녀 장면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쉰들러라는 인물의 심경 변화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핵심 장면입니다.

그는 처음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유대인을 이용하지만, 이 장면 이후 인간적인 죄책감을 느끼고, 결국 유대인을 구하는 길을 택하게 되거든요.
즉, 이 장면은 ‘플롯의 터닝 포인트’ 역할을 하면서, 주제를 함축적으로 전달하는 장면이기도 해요. 보통 중요한 장면이 아니니, 공들여 써야겠지요?

단순하게 인물들끼리의 대화로 표현할 수도 있는 장면이었지만, 각본가 스티브 제일리언은 미장센과 카메라 앵글, 리듬 등 여러 요소를 동원했습니다.

🎬 👉 후배 작가님도 자신의 대본에서, 시각적 요소들을 활용해 보세요!